어항 속은 파도치지 않는다 w. 목장 “반찬 남겨서 다 버리지 말구.” “알았어.” “엄마가 전화하면 좀 받아라.” “알았어.” “대답은 잘해.” 현정은 저녁 아홉 시 넘어서야 집을 나섰다. 환기로 잠깐 열어놓은 창 사이로 풍경소리가 요란했다. 풍경을 다는 짧은 순간에도 다툰 백현과 현정은 오랜만에 시킨 짜장면으로 저녁을 대충 때웠다. 한기를 매상으로 느낀...
어항 속은 파도치지 않는다 w. 목장 찬열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단지 눈물만 흘리며 도피하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백현의 손이 내려가자 풀어진 찬열의 자유로운 손은 눈으로 향했다. 붉어져서 부어오른 눈을 짓누르고 닦으며 말을 이었다. “민희 내 군대 동기랑 눈 맞았어.” “그 변호사?” “응, 이혼하고 그러더라.” “…….” “운명은...
오늘은 클래식과 감상해 주세요. 비 오는 날 가끔 듣던 음악인데 라이브는 이게 제일 좋더라구요. 어항 속은 파도치지 않는다 w. 목장 하루 중 태양이 강하게 끓는 오후 두 시였다. “너 만약에 과거로 간다면 어떡할래.” “과거로?” 찬열이 앉자마자 묻는 백현의 입안의 얼음은 금방 녹았다. 목이 탔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백현은 주머니 안에 만져지는 반지를 ...
어항 속은 파도치지 않는다 w. 목장 경수의 눈에는 바다가 있었어, 바다. 백현이 어눌한 발음으로 말한 어젯밤이 떠올랐다. 마주친 눈에 깊이가 있었다. 백현이 깊은 눈에 빠져 헤매면 경수는 불편하게 바라봤다.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하라는 것처럼 담배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지졌다. “학주한테 이르게?” “아니.” “그럼 됐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선 자리에 희...
2017년 11월 26일 매섭게도 추운 날이었다. 가을인지 겨울인지 헷갈리는 계절의 중간선에서 백현은 찬란하게 빛을 내는 예술의 전당을 바라봤다. 손끝은 긴장감으로 딱딱해졌다. “나보다 늦게 올 거면서 전화는 뭐 그렇게 하냐.” “그냥.” 찬열은 액정으로 쌓인 부재중 전화를 백현에게 보였다. 온통 백현의 이름이었다. 찬열은 평소 바르지 않던 왁스까지 바르고...
/비망록 備忘錄 “도경수.” 이미 시간은 조금 흐른 후였다. 먼지 쌓인 그 과학실은 경수가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경수가 찾았을 땐 잎은 재처럼 가루가 되어있었을 것이고, 종이는 색이 바랬을 것이다. 경수는 오지 않았고, 백현의 인내심이 바닥에 동할 때 처음으로 백현이 경수를 불렀다. 도서실로 와. “왜 네 마음대로 굴어?” 입을 먼저 튼 건 경수였다....
/비망록 備忘錄 세훈이 경수에게 책을 건넸다. 백현에게 빌려줬던 소설이었다. 도톰하게 벌어진 책 사이를 열면 장미가 경수의 발등 위로 쏟아졌지고 세훈이 혀를 끌 차다 말을 이었다.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고, 변백현 결혼하는 거 맞대.” 원래 아니라고 그거 오지랖이라고 해야 할 경수는 오늘따라 이상했다. 왠지 진짜 같았다. 경수가 책을 받아 복도를 걸어...
/비망록 備忘錄 백현의 말에 엎드렸던 경수는 몸을 옆으로 돌려세웠다. 손은 백현의 두 눈에 머무르다 콧등을 타고 얇은 입술 위에 놓였다. 벌어진 틈 사이로 끝을 물던 백현은 터질 것처럼 뜨거운 손으로 목을 쓰다듬었다. “아….” 손이 벌어진 셔츠 사이로 들어가면 옅은 신음에 경수는 느리게 몸을 움직였다. 백현은 혀가 말랐다. 오아시스를 찾는 다급한 입술은 ...
/비망록 備忘錄 “돌아오는 주말까지 전시회에 걸 그림 다 완성하겠지.” 독한 마담은 병세가 짙어도 백현을 놓지 않았다. 몸을 두껍게 감싼 금빛 숄은 거실 창에 들어오는 햇빛에 찬란하게 빛나다 어두워졌다. 저택의 문이 모두 잠기고 나서 서재로 들어선 백현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책상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탑처럼 쌓인 책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훑으며 떨어트리면...
/비망록 備忘錄 식하는 신음은 로비를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고조에서 절정까지. 교성이 울릴 때면 붓은 투박하게 캔버스를 긁었다. 삭삭, 삭삭! 박차를 가하는 붓질은 신음이 한순간 멈춰서야 비로소 끝났다. 짐승처럼 달라붙어 허리를 미친 듯이 흔드는 일 살쾡이 같은 신음을 흘리는 얼굴 모르는 여자. 아마 관계가 끝나고 아버지는 시가를 물며 겨울에는 오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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